⑴ 고구려 시대에 산성이 수행했던 역할을 설명해주세요.
산성은 험준한 지형 때문에 방어에는 유리하나, 평상시 거주하기에는 장소도 협소하고 불편하게 마련이다. 반대로 평지성은 거주하기에는 좋으나 방어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평지성에 머물다가 전시에는 산성으로 들어가 방어하기 위해서 산성과 평지성이 결합된 구조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평지성과 산성이 하나의 세트를 이루는 것이 고구려 도성 구조의 특징이다.
중국 환인시에 있는 오녀산성은 고구려 건국의 상징적인 유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녀산성은 ‘광개토대왕릉비문’에서 주몽의 건국지로 기술하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고구려 건국의 상징적인 유적이다. 오녀산성은 환인시의 동북에 위치하고 있는데, 산성의 서, 북, 동쪽은 깎아지른 듯한 수십m의 절벽이며, 동남쪽으로는 큰 골짜기를 끼고 있다. 험준한 산세와는 달리 의외로 산의 정상부에는 남북 1000m, 동서 300m 정도의 제법 널찍한 평지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이 산성의 중심부이다. 이곳에는 천지라고 불리는 저수지와 작은 우물, 그리고 고구려시대의 건물터가 다수 발견되었으며, 고구려시대의 유물이 많이 출토되어 건국설화의 현장감을 전해주고 있다. 경사가 완만한 동쪽과 동남쪽에는 돌로 성벽을 쌓았는데, 지금도 많은 부분이 남아 있어 고구려시대의 뛰어난 축성술을 보여주고 있다. 2004년 이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복원 정비되어 있다.
고구려의 두 번째 수도 국내성은 오늘날까지도 고구려시대의 유적이 가장 풍부하게 남아 있는 중국 집안시지역이다. 북으로 방어선의 구실을 하는 노령산맥이 가로놓여 있고, 남으로 수로 교통의 이점을 이용할 수 있는 압록강을 끼고 있으며, 그 사이에 도시가 자리잡을 수 있는 비교적 비옥한 충적평야지대가 펼쳐져 있다. 왕성의 기능을 하였을 국내성은 압록강과 통구하가 만나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성벽은 안팎을 잘 다듬은 돌로 가지런히 쌓았으며, 성의 형태는 방형(方形)으로 둘레가 2686m에 달한다. 근대 초까지 성벽이 잘 남아 있었는데, 6곳에 성문이 있고, 치와 각루 등의 시설물을 갖추고 있었다. 현재는 원형이 많이 손상되어 성벽의 아랫부분만 일부 남아 있을 뿐이다.
환도산성의 주위는 산봉우리들이 첩첩이 둘러싸고 있어 대단히 험준하며, 산성의 남쪽 바로 아래에는 압록강의 지류인 통구하가 흐르면서 자연적인 해자 구실을 한다. 산성의 동쪽은 통구하를 따라 비교적 넓은 산골짜기가 펼쳐져 있는데, 산성 아래에는 고구려시대의 수많은 고분이 남아 있다. 산 정상부는 능선을 따라 성벽을 축조하여 넓은 계곡을 둘러싸고 있는 전형적인 포곡식 산성으로, 성벽의 총길이가 7km 정도의 큰 산성이다. 가장 낮은 계곡 입구에 있는 남문이 산성의 정문이다. 성안에는 매우 넓은 경사면이 펼쳐져 있으며, 왕궁터로 추정되는 건물터가 남아 있다. 즉, 환도산성은 성 내부가 널찍하고 출입도 그리 불편하지 않아 평지성이 전란으로 파괴되었을 때에는 상당 기간 왕궁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집안 분지의 동북쪽 끝에는 유명한 장군총과 태왕릉이, 그 반대쪽 서남단에는 천추총과 서대총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안쪽에는 국내성 일대의 도시유적지를 제외하고는 산자락 아래에 빼곡하게 고구려시대의 크고 작은 고분이 널려 있다. 이렇게 수많은 고분들 중에는 초기의 돌무지무덤(적석총), 벽화고분으로 대표되는 돌칸흙무덤(석실봉토분) 등이 있어서 국내성에 모여 살았던 당시 귀족들의 삶의 단편을 전해주고 있다.
[참고문헌]
송찬섭, 임기환, 신춘호, 도진순, 강정숙, 윤상원, 박종진, 조용섭, 박필우, 하일식, 역사의 현장을 찾아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2021.
남기현, 역사의 현장을 찾아서 강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2023.
⑵ 1920~1930년대 와이탄 일대에서 펼쳐졌던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상을 설명해주세요.
1) 오성륜
100년 전 중국 상하이(上海)는 우리가 일제의 강점 하에 신음을 토해내던 20세기 전반 동아시아에서 가장 뜨거운 용광로였다. 상하이 곳곳에는 우리 독립운동 역사가 남아 있다. 1910년부터 1937년까지 일본이 중일전쟁을 일으켜 상하이를 완전히 삼켜버릴 때까지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오갔다. 상하이 독립운동의 현장 중 하나가 와이탄이다.
일본 육군 대장 다나카 기이치를 암살하려 한 곳도 와이탄이었다. 다나카는 일본의 제국주의 국가전략을 세운 지도적 이론가였다. 의열단은 다나카가 상하이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황푸탄(현재의 와이탄) 부두에 하선하는 순간을 노렸다. 오성륜이 권총으로 먼저 저격하고 김익상이 폭탄을 던지기로 했다. 최후에는 이종암이 칼로 처단하기로 했다. 그날 오성륜이 권총을 쐈으나 다나카 뒤에 있던 영국 여성이 총을 맞고 절명했다. 김익상이 폭탄을 던졌으나 한 선원이 발로 차 강물에 빠뜨리는 바람에 불발됐다. 다나카는 곧바로 피신했다. 오성륜은 도주했고 김익상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다나카를 암살하려 한 곳은 와이탄의 북단인 황푸공원이다. 상하이시 인민영웅 기념탑과 황푸공원 수문참(水文站) 사이에 있다. 와이탄의 화려한 야경 속에서 잠시나마 우리 독립운동사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는 것도 의미가 깊다. 다나카 암살에 실패한 오성륜(1900~1947)은 자동차를 탈취해 도주했으나 영국 경찰에 붙잡혔다. 영국 경찰은 프랑스에, 프랑스는 일본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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