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신화는 단지 꾸며진 이야기가 아니라 신화를 구성하는 집단의 성스러운 역사에 대한 기록이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와 사유를 담고 있다. 신화가 전부 사실은 아니지만 결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신화는 사실과 세계의 본질에 대한 설명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신화를 인류의 원천적인 사유의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신화는 초자연적인 세계를 기본 바탕으로 하는 서사 양식이다. 그 안에는, 신들이 버젓하게 살아가고, 그들의 아들이 살아가며, 그들 중에는 신의 위상과 능력에 버금가는 초인간적인 이들이 살아가기 일쑤이다. 신과 인간의 거리는 매우 가까워서, 그들(신과 신의 아들에 해당하는 이)과 숱한 사연들이 서로 얽혀 있기 마련이다. 당연히 ‘그들-영웅들’은 중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다. 중인들은 ‘그들-영웅들’처럼 하늘을 나는 신발을 얻고 싶기도 하고, 맨손으로 사자를 죽일 수 있는 용력을 얻고 싶기도 한다. 바다를 가르고 하늘로 오를 수 있는 자격과, 칼 한 자루로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검술을 가지고 싶어 하기도 한다.
신화의 주인공은 때로 반인반수의 형상을 하고, 이상한 탄생을 하며, 보통 사람의 수명을 훌쩍 뛰어넘기도 한다. 신화의 힘은 신계나 신성의 존재 여부보다는 그러한 세계 및 존재에 대한 인간의 관여, 곧 믿음에서 생겨난다. 이러한 신성에의 관여는 개인의 삶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지만, 개인을 넘어선 공동체에서 더욱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신화는 그것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사회와 문화에서 중요한 힘으로 살아있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마을 공통체, 씨족집단, 종교공동체, 민족 또는 국가의 신화는 그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살아있는 힘으로 작용함으로써, 그 공동체를 결속하고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 레포트는 고구려의 주몽 신화, 신라의 박혁거세 신화, 가야의 김수로 신화를 읽고 각 신화의 특징을 설명하고 이들 신화 상호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관하여 설명하였다.
II. 본 론
1. 각 신화의 특징
1) 고구려의 주몽 신화
주몽 신화는 대표적인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지상으로 내려오는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이 신화의 진짜 주인공은 해모수의 아들로 인정받는 주몽이지만, 신화는 주몽 이전에 그의 아버지 해모수부터 우선 집중하고 있다.
해모수는 이러한 측면에서 자신의 본성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성장 이전의 자아에 해당한다. 그래서 하백이 자신의 딸을 유혹하고 정당한 절차 없이 취한 것에 대해 항의할 때(꾸짖을 때), 그만 유화를 포기할 뻔 한다. 해모수는 하백이 제시하는 사회성(관습과 이에 따른 결혼 절차)을 수용하려는 단계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못하고 자신의 본성(성적 본능)에 따라 행동한 것(유화와 통정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유화는 아버지 하백이 자신의 남편 해모수를 압박하는 행동을 지켜보면서도, 이제는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녀는 오히려 자신을 돌려보내려는 해모수를 만류하며, 하백을 돌파할 방법을 마련한다.
유화의 모습은 아버지를 떠나 새로운 인생의 반려자를 찾은 여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동아시아에서는 이러한 여성의 선택을 ‘삼종지도’로 설명하고 규정하고자 한 적도 있다.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결혼을 해서는 남편을 따르며, 남편을 잃은 후에는 아들을 따른다는 이 삼종지도는 현대의 여성들에게는 대게 속박이고 폐해로 여겨진다. 이 ‘따른다.’는 말의 의미를 인생의 동반자를 선택한다는 의미로 파악한다면, 여성의 성장과 사회화에서 필요한 요건을 설명하는 말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해모수는 오룡거를 아버지(천제)의 힘으로 구한다. 자신이 가진 강력한 배경(가문의 힘)으로 이 오룡거를 구하는 과정 역시 아직 해모수가 자신의 아내를 온전히 건사할 능력을 가진 성인이 아님을 보여준다. 하지만 해모수는 오룡거를 통해, 처가에 통혼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해모수는 천제의 아들이었지만 어떤 일인지 하늘을 다스리지 못하고 지상으로 내려와야 했다. 그 이유는 분명하게 기술하고 있지 않지만, 이것은 해모수가 자신의 집(천상)을 떠나 일종의 여행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전한다. 이와 같은 ‘영웅의 일생’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되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다. 중국의 경우와 달리 투쟁이 중요시되고, 서구의 경우와 달리 현세의 영광으로 싸움이 끝나며, 현세의 승리자가 된 후에 다시 비장한 패배를 한다는 전개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 신화에는 비장미가 나타나기는 하나 상당히 제한되어 있으며, 숭고미가 더 중요한 미적 범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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